1Q84 - 무라카미 하루키, 양은옥 옮김, 문학동네 내가 읽은 책2015. 8. 6. 14:03
현실과 판타지의 교합,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때 유명 작품을 좀 읽긴 했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후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다. 이 소설을 읽은 건 일부분 참고할 게 있어서였다.
서사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여기다 옮기고 싶진 않다. 분량이 긴 만큼 간단한 요약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거의 전부인 소설이기 때문이다.
판타지의 공간은 기존의 판타지 소설과 완전히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세부적인 설정은 분명 신선한 점이 있고 인물과 사건은 잘 엮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잘 읽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이, 지루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내 편견이 이리 심한가, 한참 고민했다.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젠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우선 지나치게 장황하다. 설명은 늘어지고 같은 설명은 너무 자주 반복된다. 지루할 틈 없이 자극적인 정사신이 들어가는데 이게 소설의 맥락과 너무 격이 져서 오히려 흐름을 놓치게 만든다. 조르바 류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하루키는 여성의 대상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인다. 나는 이렇게 쿨해요, 여성을 존중하거든요, 라고 떠벌이는 말쑥한 차림의 댄디보이 같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하루키의 능력을 함부로 폄하하는 건 아니다. 그의 통찰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면이 있고 서사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걸 대중적 시선을 염두에 둔 채 버무려놓은 소설은 재료만 많이 넣어 비싸게 올려 받은 짬뽕 한 그릇을 연상시킬 수밖에 없다.
더불어 미안하지만, 나는 하루키의 통찰이 하나도 놀랍지 않다. 그 정도의 통찰을 하는 작가는 널렸다. 그 정도의 경륜에 그 정도의 통찰이라면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감히 말하건대, 하루키는 대중소설로 전환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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