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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미지의 목적지

- 불타버린 지도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탐정. 의뢰인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며 의뢰의 목적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도통 종잡을 수 없다. 의뢰인의 남동생은 미지의 인물, 결국 주먹의 세계에서 소년매매춘 알선을 하는 자로 살해된다. 알 듯하다가도 다시 꼬여버리는 그 세 사람의 관계. 방향을 잡는 듯하다가도 꼬여버리는 추적. 뻔하디뻔한 도시에서 작은 단서로 실종자를 찾으며 탐정은 인간에 대해 점점 더 혼란스러워한다. 추적 중 사건에 연루되어 구타를 당한 후 기억을 잃는 탐정. 실종자를 찾으려던 단서는 자기 자신을 찾는데 역이용된다.

 실종이라는 소재는 결국 자기 자신의 정체성, 혹은 인간에 대한 본질적 탐색을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이 작품 역시 카프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어떤 면에서 분명 카프카를 뛰어넘고 있다. 서사에 의존하기보다는 묘사와 이미지에 의존하여 철학적 모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묘사들이 곳곳에서 튀어 나오는데 이는 가독력에는 방해가 되지만 전체 작품의 분위기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지도(삶의 방향성)를 갖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사람들, 정작 중요한 지도(자신의 정체성)는 갖고 있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물음.

 작품 속에서 밝혀지는 건 거의 없다. 실종자의 행적, 실종의 이유, 세 사람의 관계 등. 속 시원하게 밝히는 결말은 아니리라 예상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밝히지 않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역시 아베 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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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