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군대의 장군. 이스마일 카다레,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내가 읽은 책2015. 6. 22. 11:47
땅에 묻힌 전사자를 통해 되살려낸 전쟁의 실상
- 죽은 군대의 장군
알바니아라는 나라에 대해 알게 된 건 이 작가의 '부서진 사월'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명예살인이라는, 이슬람 문화의 속성과 알바니아 전통이 결합된 끔찍한 전통을 다룬 소설이었다. 이번 작품은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부서진 사월'과는 달리 알바니아 특유의 문화보다는 전쟁 그 자체를 다뤘다. 즉 보편성이 있는 작품이었다. 재미 있는 건,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어디와 일어났는지, 과정과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그저 막연하게 짐작할 수 있는 장치는 있으나 이 소설에서는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
내용은 간단하다. 20년 전(2차 세계대전) 치러진 전쟁에서 수습하지 못한 전사자의 시체를 당시의 적국의 장군이 당시의 적국 속으로 들어가 찾아다니는 내용이다. 전쟁이라는 것이 애국심이라는 무기를 기초로 하여 치러지는 것인만큼 장군은 자국 군대에 대한 자긍심으로 출발한다. 더불어 알바니아인들에 대한 경멸과 적의가 깔려 있다. 시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전쟁을 통해 죽거나 상처를 입은 이야기를 계속 접하면서 장군은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경험한다. 남겨진 자들에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전쟁은 그 누구의 자랑거리도 아닌, 그저 처참하고 끔찍한 일이었다는 자각도 얻는다.
파견된 매춘부들도 상처 입고 고통 받았던 전쟁의 피해자였고 화려한 외피를 입은 대령(전사자)은 끔찍한 범죄자였으며 전투력 강하고 야만하다고 생각했던 알바니아인들은 상처 입은 인민이었다. 이런 교훈적인 결말을 위한 여정은 결코 식상하지 않으며 또한 가볍지 않다.
대령의 아름다운 아내와 장군과 동했했던 신부와의 모종의 혐의(불륜)는 끝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더 이상 파헤치지 말고 남겨두어야 할 이야기였던 것일까. 스캔들은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일으킨다. 그것으로 작품을 시작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웠다는 얘기다.
시체를 통한 회고라는 형식은 '회고조 소설'의 뛰어난 장치였다고 느낀다.
더불어 전쟁을 겪은 작가는 인간으로서는 불행하지만 작가로서는 행운이라는 공식이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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