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픽션, 박형서 소설집, 문학동네 내가 읽은 책2015. 4. 22. 18:46
핸드메이드 픽션
- 박형서, 물이 오르다
1. 너의 마을과 지루하지 않은 꿈
지루함에 관한 이야기. 지루함이 형벌인 이들에게 내려지는 최고의 선물은 자극적인 사건. 그것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또 다른 형벌. '감각'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잘 유도해낸 작품.
2. 정류장
떠나보내지 않으려 집착한 표식, 정류장. 그러나 그것은 떠나보내기 위한 표식이 돼버림. 자식 뿐 아니라 전부를 잃는(수몰) 표식이 될 수도 있음을. 무지한 아비를 부끄러워 한 자식이 우연히 돌아왔을 때 만나게 된 아버지의 환영. 정류장 표식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도 필요한 상징체계. 표식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움.
3. 나무의 죽음
1) 인간들의 편리를 위한 개발은 결국 조화로운 삶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옴. 2) 싸워야 할 대상을 직시하지 못할 때 공격은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두 주제가 하나의 이야기속에서 치밀하게 날줄과 씨줄로 엮여있다. 플롯의 힘.
4. 신의 아이들
작가소설. 재능과 노력, 그 사이에 끼어든 욕망. 답을 누가 말할 수 있을까.
5. 갈라파고스
빛과 그림자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공존하는 두 인물. 외로움과 공포, 사랑스러움과 뻔뻔함. 조화되지도 합치되지도 분리되지도 못하는 그 반대의 특성. 혹시 두 인물은 같은 인물이 아닐까? 제목이 갈라파고스인 이유는 뭐지?
6. 나는 [부티의 천년]을 이렇게 쓸 것이다
"삶에서 정말로 깨달아야 하는 건 다른 누군가의 뜻이 아니라 매순간 다가오는 생의 느낌, 그 자체일지 모른다."
작가의 이야기꾼 기질과 박학다식함이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 곳곳에 숨은 패러디을 발견하는 재미.
7. 자정의 픽션
메타픽션. 빈곤한 연인이 만들어 낸 허무맹랑하면서도 희망적인 픽션. 멸치들처럼 고된 과정을 통해 바다에 닿을 수 있으리라는 꿈. 그러나 그 멸치들은 이미 삶아지고 말려진, 수제비 국물로서의 가치 이상은 없는 존재라는 비극.
8. 열한시 방향으로 곧게 뻗은 구 미터가량의 파란 점선
메타픽션. 금도끼은도끼 설화를 모티브로 과욕이 부른 참사를 그림. 웃을 수 없는 농담 같은 소설. 파멸의 알고리즘을 그려냄. 그 와중에 숨어있는 권력혁 폭력이 인간의 합리적 판단을 어떻게 방해하는지에 관한 작가의 성찰.
박형서 작가. '새벽의 나나'라는 장편소설도 정말 좋았다. 이 소설집을 읽고 팬이 되었다, 만. 나는 왜 이렇게 씁쓸한 것이냐.
'내가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제6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0) | 2015.06.21 |
---|---|
젊은 소설 2010. 문학나무 (0) | 2015.05.21 |
실내인간 - 이석원 장편소설, 달 (0) | 2015.03.20 |
새로운 인생 - 오르한 파묵, 민음사, 이난아 옮김 (0) | 2015.03.18 |
현기증. 감정들 - 제발트, 문학동네, 배수아 옮김 (0) | 2015.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