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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정당성 혹은 삶의 정당성, 컨설턴트

- 임성순

 살인을 설계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 즉 이 소설은 살인에 관한 소설이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통상적으로 그 어떤 범죄보다 비윤리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직접 살해를 하는 게 아니라 살인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다. 이는 그가 죄의식에서 비껴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준다. 직접 총질을 하는 사람에 비해 원격으로 미사일을 쏘는 사람의 죄의식이 훨씬 적은 이치다. 물론 소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변인에게 그 화살이 돌아옴으로 인해 화자는 자신의 행위가 실질적 살인 행위와 다르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더불어 작가는 자본에 의한 살인도 언급한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아무 방어막 없이 죽어나가는 약한 나라의 사람들. 그것 역시 실질적 살인이 아니냐는 물음은 신인인 작가에게는 도발적인 질문이었으리라. 물론 이것이 신선한 질문도 아니었고 그렇게 진행되는 서사는 다소 뜬금없었지만 작가의 의도만큼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세부적인 스토리에 매우 많은 공을 들였고 가독력이 있어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결말에서의 해피엔딩은 맥이 빠졌다. 작가의 질문이 흐트러지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뻔한 살인이라는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점이 고무적이었다.

 내 소설을 위한 텍스트로 이 작품을 읽었다. 작가는 말한다. 옳다고 믿는 것은 믿고 싶은 걸 믿은 게 아니냐는, 그것은 비겁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느냐는. 젠장. 나도 주제가 그건데 미친 듯 머리가 복잡하다. 여튼 나보다 잘 썼다. 인정 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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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