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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28. 14:41

L의 운동화 - 김숨, 민음사 내가 읽은 책2018. 11. 28. 14:41

역사 속에서 살아있는 이름, 이한열

 

- L의 운동화

 

나는 이 소설의 감상을 악취에서 시작해야겠다. 복원 중인 그의 운동화에서 나던, 유기물이 썩는 냄새를 맡는 복원가. 그는 이한열의 운동화가 가진 역사적 맥락과 의의, 더불어 이한열로 상징되는 6.10항쟁 이후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겁게 여긴다. 그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그때의 역사는 공산품에 가해진 인간의 흔적처럼 모두 다르다. 인공 유기물인 운동화가 이한열을 담은 채 모두의 기억과 가슴에서 죽어가는 시체가 되어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부패하도록 놔두지 않기 위해, 모두 다른 것마저 역사임을 되새기기 위해, 이한열의 운동화는 복원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역사적 의미 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내게는 너무 무거워서 호흡을 고르며 읽어야 했던 책이었다. 놓친 게 있을까 봐 재독을 해야만 했던 책이었다. 아마도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죄의식'에서 내 개인의 역사 또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죄의식은 지극히 사적이면서 어쩌면 사회적인 부분이다.

 

동양화 복원가인 그녀의 죄의식. 자폐 아이에게 가했던 폭력적인 행동은 그 의미를 확장하여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환각(일 수도 있는)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은 또한 이한열의 운동화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살아남은 자들의 죄의식이기도 하다. 그것 또한 하나의 역사이며 의미이고 기록이다.

 

이한열의 운동화는 이한열을 넘어서서는, 항쟁의 의미를 넘어서서도 안 된다. 역사적 책무감이 짓누르는 압박에 고통을 느끼는 복원가의 심리가 너무나 섬세하게 잘 그려져 있어서 자꾸 이입이 되는 바람에 읽는 내내 힘이 들었다.

 

악취는 일시에 사라진다. 그녀가 아들을 만나도록 복원가가 운전을 해주고 나서부터이다. 죄의식을 담고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에는 그 죄의식이 유기물이 되어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상징으로 읽혔다. 복원가가 그녀를 내보내고 급격히 잠에 빠져드는 이유는 복원가 역시 죄의식에서 한결 자유로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한열의 운동화가 이한열의 시체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역사이고 기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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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