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6

« 2025/6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정상성으로 일컬어지는 사회적 가면

 

- 가면의 고백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가 실제로 성정체성을 고민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이 소설 속에서 보이는 성정체성의 고민은 당시 사회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을 걸로 짐작된다. 그러나 현재에서는 작가의 마초적 기질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먼저 작가는 동성애를 비정상적이고 변태적인 성향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주인공이 벗은 남자에게 육욕을 느끼고 비밀스러운 접촉에 환희하는, 현재에도 흔히 보이는 편견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흔하지 않던 시절 주인공의 고민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그 과정에서 가면을 쓰고 여성과의 로맨스를 꾸며나가는 주인공의 심리는 자기애와 자기학대를 오가며 현란하게 기술된다. 결혼한 옛 연인과 만남을 지속하는 주인공은 그 정상성, 다시 말해 이성애에의 가면을 제 피부에 새겨넣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분히 폭력적인 주인공의 행태에 작가는 지나친 변명거리를 주고 있다.

 

큰 틀의 서사에는 도무지 공감할 수 없었으나 자기 고백 같은, 자기 자신을 향한 독백은 매우 흥미롭다. 이토록 자기애가 강하면서 자학을 서슴지 않으며, 비관적이면서 비겁한 인물이라니. 미시마 유키오의 현현이라 봐도 무방하리라.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 적이 없다. 심미주의의 색깔 아래 정교한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으나 내겐 그저 예술을 위한 예술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각사를 다시 읽어야 할지 고민이다. 지루했는데.

 

그나저나 양윤옥이라는 번역가는 실력이 매우 좋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 소설에서 종종 느껴지는 걸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