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6. 07:53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내가 읽은 책2020. 2. 26. 07:53
영화로 만들어진 화차의 원작이다. 영화는 상당히 어수선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소설은 플롯이 매우 깔끔하다.
추리기법은 매우 어렵다. 숨김과 드러냄 사이의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너무 드러내면 시시해지고 너무 숨기면 지루해진다. 한 사람의 시선을 좇는 한 여자의 비밀, 큰 줄기를 보자면 그렇다. 그 비밀 자체도 어마어마한 스토리지만 그 여자를 좇으며 깨달아가는 자본주의의 속성.
화차는 생전에 악행을 저지를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실어나르는 불수레다. 여자가 그 망자라면 자본주의는 화차다. 악행을 저지른 개인을 비난하는 건 쉽다. 그러나 왜 그런 악행이 일어났는지, 왜 그는 악행을 저지르면서까지 살아남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건 복잡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그저 개인의 잘못을 비난해 불구덩이로 밀어버리는 자본주의라는 화차에 대해 작가는 그 추악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즉 시스템적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아주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 플롯에서 씨실과 날실이 잘 교차되어있다는 뜻이다.
스토리만으로도 매우 재밌지만 고민할 거리도 있다. 아무래도 대중소설에 더 가깝긴 한데 나는 이 소설이 매우 마음에 든다.
번역은 낫 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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