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5/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눈 먼 자들의 도시'가 가장 많이 알려져있다. '눈 뜬 자들의 도시'는 그 소설을 잇는 알레고리 소설인데 상당히 거칠다. 수도원의 비망록은 중고책방에서 구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 소설이 주제 사라마구를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었다.

 

소설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해설에서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설명했지만 알려진 소설들과 같이 알레고리 소설로 보는 게 조금 더 보편적일 듯하다.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장미의 이름'이 가장 유명하다. 나는 이 소설을 그에 견주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종교가 국가의 권위를 넘어서던 시대, 서민들은 종교와 국가 양쪽의 권력에 희생되어 피폐한 삶을 살아간다. 왕과 성직자는 자신들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뿐 진정한 정치와 신성에 대해서는 무지할 정도로 권력에만 심취해있다. 빠사롤라(큰 새)라는 비행체를 발명하는 수도사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블리문다와 발따자르. 이 세 사람이 보여주는 개인의 자유와 일탈,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정교하게 교차되어 있다.

 

이 소설의 문장은 패러디적이고 풍자적이다. 권력을 한껏 조롱하면서도 권력층 역시 그저 죄 많은 한 인간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들과 대조되는 블리문다와 발따자르의 삶과 사랑에 작가는 중점을 둔다. 남들의 평가나 시선에 관계 없이 두 사람만의 사랑과 연대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에 블리문다가 발따자르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는 성인의 고행에 비견될 수 있다.

 

권력(종교와 국가)의 확장은 결국 인민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라는 명확한 주제만으로 이 소설을 설명하는 건 부족하다. 너무나 아름답고 정교하고 세련된 이 소설을 읽게 되어 정말 기쁘다.

:
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