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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4. 07:24

첫 문장 - 윤성희, H 내가 읽은 책2019. 1. 14. 07:24

고통을 받아들이는 행위로써의 글쓰기

 

- 첫 문장

 

삶이 고통스러웠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그가 고통을 겪어내는 방식은 '척'하기였다. 우연한 사고를 의도한 자살시도인 척하기(타인들의 오해에서 비롯되었지만), 남들의 연민과 동정에 거리를 두는 척하기.

훌쩍 뛰어넘어 그는 17세의 딸아이를 잃고 아내는 그를 떠난다. 게다가 명예퇴직을 당한다. 그는 더 이상 의연한 척을 할 수 없다. 우연한 걸음으로 시작된 그의 방랑(주로 터미널 주변)은 결국 죽은 딸아이의 입장으로 쓰는 자서전을 쓰려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동기도 돌발적이고 목적의식도 없다. 그저 오롯이 딸아이의 마음 그 자체가 되어보는 과정이 그가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짧고 발랄한 문장. 시크한 심리 묘사. 서사의 단출함. 어떤 한 인간의 심연, 특히나 고통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적당한 방법이었을까. 트렌드에 매몰된 작가의 나이브함은 아니었을까. 오로지 도구로 쓰이기 위해 고통 받다 죽어버리는 드라마 속의 약자를 볼 때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읽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소설이라 할지라도 인물들에 대한 예의를 조금 더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독 의사 전혀 없다.

:
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