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내가 읽은 책2017. 11. 14. 12:01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문학동네
고두-임현
의심하라, 모든 것을. 분명한 서사와 삶에 대한 혼란스러운 판단이 아주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형식과 이기적 동기의 선함의 가치를 주장하는 화자는 위선자이면서 예의 바른 사람이고, 비겁하면서 겸손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해자이다. 옳고 그름 사이에 존재하는, 사방으로 발산하는 무수한 많은 지점들에 대해 작가는 질문한다. 당신은 왜 의심하지 않느냐고.
눈으로 만든 사람-최은미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변할 수 있는 존재, 결국 부스러기들이나 남기는 존재일 뿐인가, 사람은. 고통의 확장 방식은 좀 진부하였으나 그 통증만큼은 생생히 전해졌다.
문상-김금희
무엇을 어느만큼 기억해야 하고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 걸까. 희극적인 방식, 비극적인 방식 모두 옳다고 여길 수는 없다. 그저 희극이고 비극이다. 김금희의 이 작품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
고요한 사건-백수린
너무 익숙한 서사, 그러나 작가만의 색다른 시선. 아름다움 앞에 쉽게 뒤로 내팽개진 정의와 인정. 그에 관해 작가는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다. 그것은 독특함일까, 비겁함일까.
호수:다른 사람-강화길
매혹적이고 불명확한 소설이다. 모든 설정에는 이면이 있고 어떤 사실도 밝혀지지 않는다. 결말 역시 그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소설 안에서 명확한 건 하나다. 끊임없이 폭력을 당하고 살아온 여성의 역사이다. 작가는 비관으로만 끝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명확한 응징을 하자니 현실을 부정하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떻게든 생각해도 무리 없는 결말은 이 작품을 더 오래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부제로 붙은 '다른 사람'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이는 것과는 다른 사람? 모두 다른 사람이 겪은 폭력을 수렴하고 있는 호수?
그 여름-최은영
최은영의 소설은 따뜻하고 순하다. 특징인 동시에 어쩌면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울컥하게 만드는 힘은 분명 단순한 서사성에만 있지 않다. 그러나 전형적인 사랑의 역학관계를 그린 이 소설은 뻔하고 조금 지루하다. 젠더적 차별성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환치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라는 영화와도 겹친다. 사랑의 이야기는 너무 흔하므로 조금은 차별적인 서사를 담고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천희라
이 또한 여성들의 사랑 이야기다. 서사가 전형적이지 않아 재미 있는데 작가가 의도한 편지의 형식이 이 이야기를 가장 빛나게 하는 방식이었을까, 조금 의문이다. 어떤 불협화음, 말할 수 없는 진실, 조금만 듣고자 하는 마음, 결국 모든 이야기는 변형될 수밖에 없다는 참담함이 곳곳에 숨어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 '소설가 소설'을 배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소설의 매력이 덜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지나치게 힘을 주고 있다고 여겨지진 않았을 것이다. 문장을 단순화하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재미도 있었고 매력도 있었지만 서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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