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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 황정은, 창비

 황정은이라는 작가, 그야말로 핫하다. 단편을 읽어본 적은 있지만 다른 이들의 반응과 달리 나는 젊고 감각 있는, 딱 그만큼의 젊은 작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소설의 세 인물, 소라, 나나, 나기. 이들은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 전형적인 인물은 순자와 나기가 사랑했던 그 아이 정도. 그래서 세 인물 위주로 엮어가는 이야기는 조금은 다른 맥락의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드라마에서와 같은 전형적인 감동과 친절, 전형적인 가족과 사랑을, 인식을 넘어선 감성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쩌면 자라는 과정 중에 겪었던 남과 다른 경험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렇게 타고난 것인 듯하다. 다시 말해 작가는 그들을 애초부터 남들과 다른 인식망을 가진 이들로 설정해 두었다.

 그래서 재미있고 다르게 보는 시선이 신선했으나 그 신선한 만큼의 깊이가 확보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즉 평범하다 여겨지지 않는 가정에서 자랐고 그들이 만들어 갈 가정도 평범하다 여겨지지 않는 형태지만 그것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 줘."라는 나기의 말이 작가가 하고자 했던 주제인 듯하다.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충분히 느꼈다. 그런데 그것 말고는.

 이런 의문 자체가 어쩌면 구닥다리인 줄도 모르겠으나 내게 문학이라는 것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즉 작가의 세상에 대한 의문, 성찰, 고뇌, 이런 것들이 읽는 자들을 흔들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런 아쉬움은 황정은이 나이 들어가며 문학적 고뇌를 더 하는 걸 지켜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난 아무래도 요즘 스타일 소설은 못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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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