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9. 16:32
뫼르소, 살인 사건 - 카멜 다우드, 조현실 옮김, 문예출판사 내가 읽은 책2017. 12. 9. 16:32
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뮈의 이방인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뫼르소에게 살해당한 '아랍인'의 동생이 서술 화자이기 때문이다.
이방인에서 뫼르소에게 살해당한 남자는 이름도 없이 그저 한 '아랍인'일 뿐이었다. 죽은 자와 그의 가족들에게도 이 세상은 뫼르소만큼이나 부조리한 곳일 수밖에 없다.
이 소설 속의 가장 큰 부조리는 화자가 복수심에 프랑스인을 죽이는 부분이다. 그 프랑스인에게 이름을 주었고 스토리를 주었으나 실은 살해의 대상이 된 그에게 화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한 '프랑스인'일 뿐이다. 알제리 혁명 시기에 일어난 화자의 살인은 혁명이 이루어진 날 새벽이라는 시간의 문제만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이방인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부조리하다. 화자 역시 뫼르소처럼 세상 일에 무심하며 사람에게 냉소적이다. 구경꾼들의 증오가 맹렬하길 바라는, 자신의 일조차도 거리를 두는 성향을 가진 화자. 뫼르소의 페르소나이다.
이방인의 문장과 기법을 차용하고 패러디하고 있는 이 작품은 또 다른 이방인이다. 그러나 이방인보다 잘 쓰인 작품이다.
'내가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비뽑기 - 셜리 잭슨, 김시현 옮김, 엘릭시르 (0) | 2017.12.19 |
---|---|
이인 - 알베르 카뮈, 이기언 옮김, 문학동네 (0) | 2017.12.11 |
세 가지 이야기 - 귀스타브 플로베르, 고봉만 옮김, 문학동네 (0) | 2017.12.06 |
자살의 전설 - 데이비드 밴, 조영학 옮김, arte (0) | 2017.12.04 |
핑거스미스 - 세라 워터스,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0) | 2017.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