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6

« 2025/6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헛된 희망의 영원한 사이클

- 태양은 가득히

리플리의 원작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봤다. 실제 원작은 따로 있다니 또 다시 나를 자극하지만 굳이 책으로까지 찾아보지 않아도 될 듯한 충족감이 느껴진다. 거짓말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는 무수하고 같은 스토리로 풀어나간 두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오래 된 이 영화를 리플리보다 나중에 보게 되면서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아무래도 고전영화는 세련미와 디테일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선입견이 부끄러워졌다. 이 영화, 정말 멋지다.

리플리에 관해 먼저 올렸기에 굳이 원작 영화의 스토리와 내가 고민했던 '거짓말과 욕망'이라는 부분에 대해 더 올릴 필요는 없겠다. 오히려 두 영화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는 게 내 입장에서는 흥미롭다.

이제 와서 보면 조금은 직선적이고 투박한 상징성을 보여줬고 배우들의 연기도 덜 디테일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 리플리가 우연에 의해 발화되는 욕망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철저히 욕망을 베이스로 두고 모멸감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거짓말로 인한 급박한 임기응변보다는 거짓말로 욕망을 채워나가는 인간의 변화에 더 초점을 둔다. 다시 말하자면 리플리는 개연성, 즉 감정의 변화에 소설적 논리를 부여하기 위해 장면을 더 많이 할애한 반면 태양은 가득히는 사람의 변화와 욕망 그 자체를 다소 파격적으로(어떻게 말하면 논리보다는 감정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원작이 더 좋았던 이유는, 리플리에서는 너무 많은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연성에 욕심을 내다 보면 생기는 부작용이다. 잘 보여주면 되는 것을. 그렇다고 리플리가 망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접근하는 게 현대성은 더 있긴 하다. 다만 원작보다 세련되지 못한 것을 개연성 부여에만 둘 수는 없을 듯하다. 원작보다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내내 안타깝고 아프다. 원작을 봤을 때는 혹하는 기분이 들었던 걸 생각하니 아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동기 부여에 리플리가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이 가장 아쉽다.

결말은 다르다. 리플리가 결말을 얼마나 고민하고 만들었을지 가늠이 된다. 원작의 결말도 참 세련된데 리플리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자칫 무책임하지만 가장 정직한 결말로 볼 수 있다. 원작의 결말이 아쉬운 건 리플리를 먼저 봐서일 것이다.

너무 재밌게 봐서 흥분된 감정으로 올렸다. 복식와 음악에도 신경을 쓰긴 했지만 역시 나는 구성이 제일 크게 보인다. 어쩔 수 없다.

두 영화, 모두 추천하고 싶다.

빼먹었는데, 이 영화에서 발화되는 욕망은 타인을 통해서가 아닌 기본적으로 장착돼있는 거라 어쩌면 인간 자체에 대해서는 덜 세심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리플리로 리메이크하며 뭘 욕심 냈는지 충분히 알겠다.

'내가 본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다니엘 블레이크 - 켄 로치  (0) 2016.12.14
최악의 하루  (0) 2016.09.01
리플리  (0) 2016.03.03
가장 따뜻한 색, 블루  (0) 2016.01.12
미드나잇 인 파리  (0) 2016.01.12
:
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