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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에서 춤추다

 

1. 스페인의 거지들

유전자 조작으로 잠을 자지 않는 우성인자를 가진 사람이 태어난다. 부모들의 바람처럼 그들은 우월하다. 그들의 우월성은 정당한가, 우월한 그들과 열성인자를 같이 가진 일반인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장르소설이다보니 유전자에 관한 이론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소설은 더 중요한 것들 품고 있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도덕성 같은 것들. 결국 거래의 순환으로 결론이 났는데 이는 아무래도 철학적 깊이에는 이르지 못한 느낌이긴 하다. 소설 중간 빈국에서는 불면인들이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지나치게 개인에 치중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들이 소설의 주요 갈등이다. 그런만큼 빈국에서의 공동체적 가치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그리고 매우 재밌다.

 

2. 퐈이겐바움 수

잭은 특별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 사람과 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추구하는 이상형의 인간이 동시에 보인다. 그것이 어느 상황에서든 혼란을 가져온다. 그는 왜 그러한 사람이 되지 못한 채 낯부끄러운 모습으로 살아가는가. 그는 이상형의 사람이 될 수 있는가. 그 둘은 어떻게 다른가.

퐈이겐바움 수, 라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모르는 상황에서 나 역시 소설이 혼란스러웠다. 다만 발산과 수렴이라는 단어를 통해 힌트를 얻을 뿐이었다. 실제의 사람과 되고자 하는 사람 개별적 존재로서 자신을 드러내는(발산) 이들을 역겨워하는 잭은 결국 그들이 일치되지 못할 지언정 하나의 지점(되고자 하는 사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수렴) 알게 된다. 된다, 못 된다, 는 극명한 사실을 풀리지 않는 수학의 공식으로 두고 보자면 수렴과 발산의 방식은 단순한 함수 이상의 공식을 품어야 가능한 것이다.

 

3. 오차 범위

짧은 글에 상징성을 담다 보니 이분법적 구도가 그려졌다. 아이를 낳는 것과 완벽한 미모 사이의 선택. 그러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차라는 건 분명히 존재한다. 선택 이후에도 선택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4. 경계들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 사이에 정서적 친밀감을 유발하는 약품. 그들이 동반자살을 하는 이유는 어느 순간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약품의 비이상적 효능 때문.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심하게 느껴 견디지 못한다는 의미. 그 와중에 신과 유대를 맺으려 했던 이는 자살기도를 실패한다. 이는 실제하는 인간 사이의 관계보다 신이 더 먼 존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관계가 긴밀하지 않으면 그만한 박탈감도 없다. 그런 거리두기에 대해 작가는 긍정이나 부정의 사인을 보내지는 않는다.

 

5. 딸들에게

성경의 창세기를 모티브로 하였다. 흔히 전통으로 인식하는 여성적 역할의 기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다만 의문이었던 건 이브의 캐릭터를 왜 그리 수동적이고 멍청하게 만들었을까, 이다. 그러나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이브의 딸은 이브와 다르게 능동적이고 영리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즉 그건 사람의 차이로 볼 수 있다는 의미. 기독교의 성경이 남녀차별에 너무 많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현재적 관점에서 짧지만 유효한 질문이었다.

 

6. 진화

변종 바이러스를 둘러싼 관계의 이야기다. 서사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이 어려웠다. 바이러스도 진화하는데 인간이 진화하지 않을 이유가 있냐는 물음이 약하게 깔려있는 건 알겠다.

 

 

11.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월트 디즈니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화자는 디즈니를 오래 살펴준 교사. 순수예술에 대한 우월의식과 매사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이다. 그런 이에 의해 서술되었어도 월트 디즈니의 재능은 격하되지 않는다. 상업적인 것과 순수한 것의 차이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12. 성교육

유전공학적 상상력에 관한 소설이다. 수정란을 여러 개의 배아로 나눈 이유는 유전적 기질을 넘어 우월한 자식을 갖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인간복제라는 것의 실질적 문제를 구체적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그것의 윤리성에 관한 물음. 내가 써둔 같은 질문의 소설이 떠올랐다.

 

13. 올리트 감옥의 꽃

이 소설에서는 아예 다른 세계에서 탄생한 존재들 사이에 일어난, 인간과 과학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월드(지구로 유추)에서는 존재의 실제와 가짜를 나누고 가짜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큰 짐을 지운다. 빅브라더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분명 통제에 관한 문제가 이 소설에서는 비중 있게 다뤄진다. 더불어 인간을 비윤리적으로 실험 도구로 쓰는 행태에 관한 고발이기도 하다. 그 짐을 과연 누가 질 것인가.

 

 14. 여름 바람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패러디한 소설이다. 원작과 반대로 공주만 잠들지 못한다. 잠든 이들을 기다리며, 자신을 구하러 오는 이들의 실패를 지켜보며, 공주는 속절없이 늙는다. 깨어난 이들은 늙어버린 공주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공주 혼자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공주는 막상 외롭다. 설정은 매우 좋았으나 마무리는 김빠졌다.

 

15. 언제나 당신에게 솔직하게, 패션에 따라

여기선 패션을 캐릭터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렇게 갈아입을 수 있는 캐릭터라니. 그 캐릭터에 의해 관계부터 너무 많은 게 달라지다니. 그렇다면 최선의 캐릭터는 무엇인가. 소설 중 그녀의 연인인 케이드는 다 벗고 다니자고 말한다. 특별하게 설정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자신. 그러나 벌거벗는 건 더욱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작가는 선으로 설정했을까 조금 의문이 든다. 인간의 본질적 측면 또한 그리 선할 리가 없으므로.

 

16. 허공에서 춤추다

바이오개량, 다시 말해 유전공학이 주 소재다. 이 소설에서는 발레를 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변형을 다루었다. 예술을 넘는 기술을 욕망하는 자들의 자기 파괴. 스스로의 선택도 있지만 캐럴라인의 엄마처럼 대리욕구를 위한 철저한 계산과 이기적 행태도 있다. 결국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말은 달라진다. 자기 파괴의 결말을 알면서도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결국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본격 SF장르를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읽는데 무리는 없었다. 과학적 지식보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었다. 다만 본격소설에 비해 밀도가 떨어졌고 추구하는 가치와 세계가 단순하고 윤리적이라는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고민을 던져주었고 시사하는 바도 있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번역이었다. 과학과 문학을 동시에 다루는 역자를 구하기가 힘들었을까. 뒤엉킨 어순과 틀린 어법이 자주 보여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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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