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아스 그레이스(드라마) 내가 본 영화2017. 12. 4. 11:08
앨리아스 그레이스
살인을 저지른 그레이스에 관한 6부작 드라마다. 이야기는 주로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레이스 진술에 의지하는데 과거의 그레이스 법정 진술과 교수형을 당한 공범의 이야기가 중간에 끼어듦으로 그레이스의 이야기에 대한 의구심을 높인다. 무엇이 진실인가.
드라마 첫 장면은 각종 캐릭터를 표정으로 연기하는 그레이스의 얼굴을 비춘다. 그레이스는 다양한 인격체인 건지, 아니면 드라마가 속고 속이는 구성인지 호기심을 높인다. 그레이스의 이야기로 그 자신은 불행하고 순진하고 단호한 사람이다. 그러나 막힘 없는 이야기 자체가 오히려 정신과 의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무엇인가 숨기고 싶어한다는 걸 알지만 무엇을 숨기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살인 사건에 대한 진실은 언뜻 드러나지만 이 드라마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아름다운 그레이스를 탐하고 대상화 한 여러 남성들의 시선과 태도가 결국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그들은 계급과 지성에 무관하게 그레이스를 성적으로 대상화한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결국 아름다운 약자인 그레이스에게 자신들이 보고 싶은 면만 보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려 한다. 석방 후 결혼한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레이스는 단지 그들마다의 원하는 캐릭터에 자신을 맞춰준다. 물론 그레이스의 캐릭터 설정이 그만큼 영리하고 악마적이다. 막상 그레이스는 평화로운 자신의 삶을 즐긴다. 자기 자신에게 적극적이지만 남자들, 혹은 세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이다.
다이나믹한 이야기는 아니다. 미시적인 부분과 거시적인 부분의 교차가 꼼꼼하고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잘 쓰인 단편소설을 보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