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김선형 옮김, 문학동네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프랑켄슈타인
오래 전 영화로 본 적이 있는 이 작품의 원작이 이토록 깊은 통찰을 담고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와 달리 소설 속의 괴물에겐 이름이 없다. 괴물의 창조자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는 자신의 지적 욕망에 따라 흉측한 생김새의 생물을 창조해낸다. 외형의 흉측함과 생명력이 남다를 뿐 인간이 가진 기본적 능력을 갖춘 자다. 그는 외모의 한계를 넘어 인간과 감정을 교류하고 싶어한다. 이를 받아주지 못하는 건 그의 외모로 모든 걸 판단하는 인간이다. 그를 창조해내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프랑켄슈타인마저 괴물이라 여겨 그를 배척한다. 그의 외로움과 소외감, 고통이 절절이 느껴지는 것이다. 교육을 받지 못한 괴물이, 그러나 다정한 가족의 대화와 책을 통해 사회적 질서를 배우며, 그에게 교감하지 못하는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건 대체 누구의 책임일까.
눈 먼 자의 호의만으로는 괴물이 인간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자신과 똑같은 형태의 여자 괴물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그래서 정당하다. 교감할 수 있는 존재와 함께 인간 세상에서 떨어진 곳에서 살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그러나 두려움과 복수심에 가득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괴물이 진짜 괴물이 되도록 만드는 계기인 것이다.
타고나길 악한 존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인간이기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개인의 영향이기도 하고 사회의 영향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는 그 두 가지 문제점을 같은 무게로 다룬다.
쓰인 지 오래된 소설이라 고어체가 조금 지루했고 플롯이 탄탄하지 못했으나 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소설이었다.
또 하나, 작가의 삶 또한 너무나 다채로워서 경험에 기인한 어두움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