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테러리스트 - 존 업다이크, 정상준 옮김, 영림카디널

박모모 2015. 10. 16. 21:47

테러리스트에 대한 존 업다이크의 다소 민망한 시선

- 테러리스트

 토끼 시리즈로 유명한 존 업다이크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을 읽었다. 토끼 시리즈는 워낙 평가가 좋고 매니아도 있는데 사실 나는 좀처럼 읽히지도 않았고 다 읽고 나서 충족되는 어떤 느낌도 없었다. 지루한 컬트 영화를 본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책, 테러리스트로 존 업다이크를 다시 알아보려 했다.

 그야말로 테러리스트에 관한 소설이다. 다민족 다인종 다종교인 미국은 이민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름에 대한 배척이 의외로 강한 나라이다. 그것에 대해 비판하는 소설은 많이 봤지만 오히려 더 특성화하여 그려낸 소설은 처음이었다.

 지나치게 욕망을 억제하고 인간을 혐오하며 가족사는 불행한 아미드는 이슬람에 몰입한다. 작가가 아미드와 주변 인물을 통해 그리는 이슬람은 야만적이고 독단적이고 폭력적이다. 더구나 9.11 테러가 있었으니 아미드는 더욱 잠재자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그려낸 기득권자들의 폭력적인 시선, 다양한 미국 내의 제3세계인들이 처한 현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저 사실을 그려내는 게 이 작가의 스타일이라는데 시선이 자리잡지 않은 재구성이라는 게 정말로 가능한 걸까. 음모론적이고 배타적인 이슬람인들에 대해 한 치의 예외적 시선도 두지 않고 그린 작가의 시선에 대해 가늠할 필요가 정말 없는 것일까.

 단지 시선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미드가 테러리스트가 되려고 마음먹는 것도 너무 돌발적이었고 종교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저 결핍에만 둔 것은 이 작가가 소설적 논리를 구성해내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 나는 또 함부로 생각해본다.

 훌륭하다, 유명하다, 라고 했을 때의 선입견과 내가 해석해내지 못해 우스워진 통찰 중 뭐가 더 위험한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이 소설은 정말로 형편없었다. 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달려라, 토끼'는 재독 후 다시 포스팅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