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캐치-22 - 조지프 헬러, 안정효 옮김, 문학동네
박모모
2017. 2. 10. 20:21
규정하지 않음으로만 규정되는 소설
- 캐치-22
'캐치-22'라는 용어를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모순, 이율배반, 부조리 같은 단어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저 미친 것 같다는 게 감정적으로는 더 정확하다. 미친 자가 스스로 미쳤다는 걸 증명하게 되면 미치지 않았다는 게 입증된다는, 미쳐서 제대를 해야 하는 군인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어떻게 돌아가도 논리적으로는 모순인 그런 상황은 단지 그 용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읽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의 전개가 마치 '백 년의 고독'처럼 흘러가기 때문이다. 인물 누구 하나 제정신인 자가 없고 상황은 모순이 가득하고 해학적인가 하면 잔인하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에서는 쉼 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그 와중에 죽기 싫어하는 사람, 명예욕이 가득한 사람,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 등 모두 살아있다는 걸 부조리하게 증명하는 인물로 가득차 있다.
'캐치-22' 식의 농담은 사실 웃기지 않는다. 해학보다는 조롱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없이 펼쳐진 '캐치-22' 식의 상황에 어쩌다 피식,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작가는 아마도 전쟁 그 자체가 가진 모순을 이런 식으로 극적이게 드러낸 듯하다.
이야기 자체가 크게 어려울 건 없는데도 이 소설은 내게 읽기가 힘든 소설이었다. 훌륭한 소설이라 여기지만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