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에 대하여
악에 대한 또 다른 시선 - 캐빈에 대하여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존재, 캐빈. 캐빈이 주로 괴롭히는 대상은 엄마지만 캐빈의 마지막 공격은 아빠와 여동생과 급우를 선택한다. 캐빈의 악은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캐빈과 엄마와의 갈등이 주를 이뤘던 건 성장 과정을 그려내야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캐빈을 면회한 엄마는 캐빈에게 묻는다. 왜 그랬냐고. 캐빈은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이 영화의 결론이다.
일반적인 서사구조에서는 악의 동기와 과정과 결론이 개연성 있게 그려진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악의 표출 방식만 드러난다. 악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이코패스라 부르는 이들의 경우와도 흡사하다. 사회적으로는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도 분석을 하지만 캐빈은 어떤 동기도 없다는 점에서 무결한 악이다. 캐빈의 악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매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큰 사건가지, 그저 캐빈은 악으로 일관한다. 즉, 캐빈에게 있어 악은 그저 천성일 뿐 사소한 것도 거대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지루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악을 그려내는 데에만 충실하다.
영화 중간 부분, 캐빈은 엄마에게 내재되어 있는 악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악을 다른 악으로 공격한다. 영화에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캐빈은 엄마의 악을 보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그랬기에 마지막 공격은 엄마를 비껴간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캐빈은 자신을 끝까지 외면하지 못할 나약한 존재를 남겨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악은 나약함과 일맥상통하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분명히 아니다.
이런 식의 서사구조. 내겐 무척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