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하루
딱히 별스러울 것도 없는, 최악의 하루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비교적 명확하다. 불운이 겹치는 것만 같은 어떤 날은 그저 수많은 일상의 나날이며 그 불운이 불행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즉 인생 그 자체이다. 더불어 다 알고 있다 여기는(연인이든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이든) 사람도 실제로는 다 알 도리가 없다는 것.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즉 인간과 인생은 모순투성이라는 걸 참 길고 복잡하게 이야기했다.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세련미와 대중성은 떨어지더라도 개별성과 탐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촌스럽고 지나치게 인간적이다. 독립영화는 이래야 한다, 라는 공식에 따른 것만 같은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왜 의문을 품었을까. 언뜻 홍상수(이 영화는 홍상수와 달리 거의 모든 인물이 찌질하고 비열하다)도 떠올랐는데 홍상수보다(나는 홍상수 영화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비춰지지 않았다. 인간이 가진 모순 그 자체를 그려내기 위한 작위적 설정들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 아닐까. 기본 스토리나 반전은 전형적이고 너무 예측가능했다. 설정을 꼬기 위한 메타픽션 방식 역시 클리셰 범벅이어서 참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라리 담백하게 그렸으면 어땠을까. 너무 홍상수 오마주 같았으려나. 할 말도 많고 욕심도 많은데 정작 자신만의 탐색은 부족해보이는 영화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가 낫배드. 요즘 나름의 작은영화(독립영화로 한정하지는 않겠다)들은 문제를 던지는 데 매우 소심해졌기 때문이다(사실 요즘 영화 자체를 별로 안 보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후기를 쓸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 비판만 해댄 것 같긴 하다.
관객 하나 보탰으니 힘내라는 말을 더하고 싶다.
p. s. 지인에 의하면 홍상수 카페버전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