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문학동네, 김화영 옮김
박모모
2015. 1. 24. 02:07
지나간 시간은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이다. 독자들의 환호가 너무 클 때는 어쩐지 한 걸음 떨어져 있고 싶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여러 해 지나서 읽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그런 습성에 비해 서둘러 읽게 되었다. 제목이 주는 끌림이었다.
기억을 잃고 흥신소에서 일하던 화자는 결국 자신의 과거를 찾아 나선다. 떠오르는 것들의 조각은 쉽게 맞춰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화자는 집요하게 자신의 과거를 찾아낸다.
스토리가 어렵지는 않다. 특별한 기법이 사용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단숨에 읽어내리기엔 숨이 찼다. 주인공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어쩌면 나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 보느라 그랬던 것도 같다.
주인공이 만나게 된, 자신과 관련이 있거나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과거란 무엇일까.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처럼 분명 존재하고 남아있는 것이지만 희미하고 매혹적인 건 아니다. 아프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 그렇게 사람이 길고도 긴 인생을 살아내고 나서 남은 건 희미한 기억 뿐.
주인공이 왜 그렇게 국경을 넘어야 했는지(그는 남미 출신이었고 가짜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 시원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담담하게 되짚어가는 과정 속에 녹아 든 인간과 인생에 관한 고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