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몰타의 매 - 대실 해밋, 고정아 옮김, 열린 책들

박모모 2017. 6. 8. 13:51

결국 인간은

- 몰타의 매

 

텍스트로 참고하기 위해 읽은 책이다. 탐정을 소재로 추리기법을 사용한 작품답게 흥미진진했고 가독력이 있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에 비해 인간에 대한 탐색도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스페이드가 브리지드에게 말한 플릿크래프트의 이야기일 것이다. 깨닫고 변화한 인간이 새롭게 선택한 삶의 방식은 결국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그 예가 말해주려는 건 결국 인간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스페이드는 싫어했던 동료의 죽음을 결국 파헤치는 이유가 자신의 명예 때문이다. 어떤 얄팍함들, 그것을 보여주는 세련된 방식이 구구절절하지 않아 좋았다.

 

내가 주의해서 본 건 캐릭터이다. 주인공인 스페이드의 냉철함은 사랑마저도 뛰어넘는다. 스페이드는 말한다. 자신의 사랑이 딱 그만큼이기 때문이라고. 자기 분석이 되는 인물. 매력 있다. 그 외의 속고 속이는 관계들 속에서 브리지드라는 여성은 지나치게 전형적인 인물로 여겨졌다. 거친 세계 속에 사는 여성으로서 남자를 유혹하고 속이기에 능하면서 매력적이고 그러나 결국 자신의 이익에만 충실한. 딱 그런 여성.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봤을 때 아쉬운 점이지만 쓰였던 시대를 생각하면 이 인물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동성애의 심상한 쓰임은 그저 지나갈 수 있도록 의미부여를 하지 않은 건 좋았으나 작가의 시선에서 희미한 조롱기가 느껴졌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쓰는 사람의 입장으로 들어갔을 때 전면부정할 수 없었다.

 

머리 식히기 좋은 소설이었다. 내가 요즘 페미니즘 공부하느라 머리가 너무 뜨거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