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당신 곁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최진영, 한겨례출판

박모모 2019. 10. 14. 09:03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방치되고 학대 당한 아이,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그 아이가 살아가는 방식은 현실 안에서 현실의 틀을 벗어나있다. 아이는 진짜엄마를 찾아 나선다. 제 부모가 가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안다. 자신을 방치하고 학대한 부모가 진짜 부모라는 것을.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아이에게 진짜엄마를 찾는 건 살아갈 목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적을 향한 아이의 집념은 대단하다. 집념은 아이에게 살아가는 동력이다. 그 와중에 만난 따뜻한 사람들. 그러나 아이는 그들에게서도 자의건 타의건, 버려진다. 제 피붙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진짜와 가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짜에 대한 로망이 점점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아이가 제 모든 걸 내던지는 건 아이의 기준에 가짜인 부모에게 학대 당해 자살을 하고 마는 친구 때문이다. 제 진짜엄마를 찾는 대신 가짜아빠를 처단하는 것. 가짜를 없애면 진짜만 남을 수 있다고 아이는 스스로를 속인다.

 

내내 아슬아슬하다. 아이의 상념이 아이 같았다 어른 같았다 하는 건 너무 많이 겪었지만 남들과 같은 것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독한 서사를 문장으로 에우른다. 다른 스타일의 김이설 소설처럼 느껴진 건 지독한 서사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어떤 아이는 이름조차 없다. 그렇게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