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내 이웃의 안녕 - 표명희 소설집, 강

박모모 2015. 7. 6. 21:48

내 이웃의 안녕

- 표명희 소설집

1. 씨에로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다각도의 시선으로 다루었다. 과거를 짊어지고 사는 것이 반드시 현재에 부적응한다는 도식과는 다른 것임을 보여준다. 가독성은 있으나 스토리 자체가 변별력이 없다.

2. 달팽이를 길러야 할 때

 다른 존재의 삶에 대한 주관적 판단의 위험성 - 어떤 방식으로든 삶은 존재하는 것이고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타자가 판단할 수는 없는 일. 비교적 메시지가 명확하고 소재가 잘 어울어짐.

3. 쇼핑 좋아하세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그 안에도 고급에 대한 욕망은 버젓하다. 타인의 삶을 관음하고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두 여자의 만남. 결국 솔직해지지 못하는 그녀들. 그러나 그들의 욕망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쇼핑을 통한 대리만족의 이면에 깃은 쓸쓸함은 잘 그려졌다.

4. 내 이웃의 안녕

 공동주택.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환경. 그러나 불편의 지각 외에 서로에 대한 존재감은 미미하다. 실제의 이웃이 아닌, 상상 속에서 그려낸 이웃에 대해 혼자만의 감정을 가지는 게 전부.

5. 바닥

 밑바닥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모든 걸 벗어버릴 수 있는 용기. 그러나 이런 깨달음은 너무나 식상하고 전형적이다. '모진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조금 더 살렸다면 좋았을 걸.

6. 소품

 일상에 관한 미시적 묘사에 중점을 둔 작품. 소품처럼 하나가 부족하거나 어긋났을 때 가치가 드러나는 삶의 단면? 대략 그 정도로 파악.

 7. 고흐의 침실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연인이 번갈아가며 독백하는 형식. 독백이라는 편한 수단은 플롯의 치밀함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다소 안이하게 설정된 듯한 느낌. 하나의 대상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두 인물의 시선은 그 인물을 그대로 드러냈다.

 

 두 권의 소설집, 두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소설가이지만 이 작품집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안정적이지만 진부하고 식상하다는 점에서. 좀 더 치열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