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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속의 질서, 삶과 사랑

 

- 운명과 분노

 

읽는 내내 궁금했으나 확인을 미루었다. 작가의 성별이 무엇인가.

 

이분법적 성에 의존한 궁금증이었던 만큼 내 짐작은 편견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짐작한 그대로 작가는 여성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삶의 편린 와중에 날카롭게 부서지는 자아에 관해 그토록 섬세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나의 짐작이 언젠가는 진짜 편견이 될 날을 기다린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갇힌 수많은 작가들(나 포함)의 반성이 조금 더 속도를 내면 좋겠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운명적으로 만난 남과 여. 남성 화자로 쓰인 1부와 여성 화자로 쓰인 2부. 살고 사랑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저 사는 얘기, 사랑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삶은, 혹은 사랑은 어쩌면 자신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까지 속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오해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 어쩌면 거짓이라 여긴 것들의 진실에 질식해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은 그 모든 것을 보여준다. 진심과 거짓과 오해. 그것들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

 

파격적인 서사는 더 이상 소설의 매력이 되지 않는 세상. 이 소설은 다분히 파격적인 설정을 그저 일상에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파편의 하나쯤으로 다룬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세련되게 여겨진다.

 

결국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 각자의 진실마저도 진실일 수 없고, 옳고 그름 사이의 수많은 선택지들의 존재를 긍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소설의 스토리는 워낙 방대하다. 그 스토리가 흡인력이 있어 가독성이 좋다. 그 안에 들어있는 작가의 성찰과 질문이 내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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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