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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계급을 통해 보여주는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

-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

서문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 작품은 작가가 구상한 다양한 계층의 욕망 중 하층 계급의 그것을 그린 작품이다. 해설에서는 '진실주의'라 표현된 매우 건조한 리얼리즘 소설이다. 나는 이 작품이 매우 읽기 힘들었다.

이탈리아의 작은 어촌을 배경으로 매우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삶의 형상을 굳이 각색하지 않는다. 물론 작가를 통한 재구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서사의 진행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로망 따위는 이 작품에 끼어들 틈이 없다. 아마도 계층을 막론하고 인간이 가진 욕망이 얼마나 비열하게 드러나는지 작가는 그리고 싶었을 것이고 그 와중에 하층 계급의 욕망은 더욱 직접적이고 또 우스꽝스럽다.

그들의 욕망은 애정과 돈, 두 가지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조건은 궁핍한 그들에게는 당연히 돈에 대한 욕망으로 드러나고 애정조차도 돈을 경유해야만 완성이 된다. 흥미로운 서사가 큰 줄기를 가지고 진행되는 게 아니라 많은 등장인물만큼 파편화되어 어느 순간 길을 잃게 된다. 그러나 서사를 따라가는 게 어느 순간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는다. 주요 인물 몇 명 외에는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다기보다는 안 읽히는 책이라는 게 더 정확한 이 소설이 작가의 의도대로 계층별로의 단일한 작품으로 완성됐다면 나는 욕심을 부렸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다 읽기까지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사정이 있어 중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몇 개를 읽었다. 그 중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정유정의 '28년'은 굳이 후기를 올리지 않기로 한다. 앞으론 블로그에 조금 더 신경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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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모모